안개 낀 산에는 비가 내린다 은하가 흐려 보일 정도로 유성우가 채우는 여행길은 과장을 덧붙일 필요 없이 어두운 길을 밝히는 청사초롱일까 안개가 가린 언덕 너머는 걸어가기 전에는 모르는 풍경 지우지 않는다면 가리고 싶어 뿌린 석회수는 따갑게 부어오르는 초록 위 붉은 점을 보며 마음 어딘가 튀어나온 돌부리가 걸리적거리게 하려는지도 천체관측을 하는 건 먼 곳에 ...
무언가를 계속한다는 건 마음에 주문을 가지고 있어서 산에 내리는 예고 없는 이슬비처럼 스며들고 증발한다 머리에 서로가 담소를 나누며 나눈 대화를 전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주문이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생각한 어렸을 때는 색유리가 박힌 마법사 목걸이를 들고 다녔다 틈나는 대로 하늘에 들고 만능 주문을 외우려고 지금 내가 외우는 주문은 '좋아해서' 와 '싫...
다섯 걸음 앞에 흥얼거린 건 비속에서 춤을 추는 버드나무 가지와 잡초 앞이 흐릴 정도로 뿌연 먹구름에 어지러워도 첫 걸음은 심장 고동을 따라간 꽃마리 운전을 계속하는 택시 기사님과 가라앉은 꽃가루가 고인 물웅덩이 망설이는 걸 계속하고 있는 건 그만큼 좋아해서 두 번째 발자국은 유명 미국 가수의 노래에 얹은 피로에 무거운 눈꺼풀 고민하며 고른 공사장 옆 돌조...
모두가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진 둘째 날이었다. 시아는 강당을 나서기로 결심했다. 간식 트레이 위 과자와 초콜릿, 케이크는 이미 다 떨어졌고 자신을 제외한 생존자들을 찾아야 조금 더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자신과 지윤의 가방을 한 쪽씩 맨 그의 학사복이 잔해에 걸려 찢어졌다. "가방에 집어넣어야겠네. " 시아가 찢어진 부분을 보며 중얼거렸다. 하루...
열쇠를 좋아한다 문이나 자물쇠가 얼마나 두껍고 무겁든 딸깍 소리를 내면 열 수 있어서 쇠사슬에 손목을 매여도 뜯어 낼 용기는 연결고리를 찾아 나대로 열쇠를 만들어 풀어낸 손길 사람과 이력서, 그림과 글에 돈을 묶은 자물쇠를 돌리는 마찰음으로 끊어 내는 단단함은 제일 수수한 것 손잡이에 달린 덩굴 곡선과 보석 장식보다 평평하고 굴곡진 끝부분이 진짜 무기이기에...
요즘 유행하는 노래는 어떤 건지 들으면 사랑 이야기 잘 듣지 않으면 모르는 작은 기억을 이어가고 비밀의 정원을 그린다 연탄재를 적은 시와 풀꽃을 표현한 시는 계속 읽히는 이야기 리듬은 모르지만 무언가 건드리는 것이 있어서일까 많은 이들이 듣는 건 이유가 있어서겠지 잔잔한 반주와 다르게 직설적인 가끔이라는 말 기압이 오르고 내리면 나뭇잎이 고개를 까딱이며 손...
연필로 그린 나비가 날아간다 온점을 찍지 않은 책 모서리 위로 시계 위 숫자가 바뀌는 걸 보는 건 기다리는 두근거림을 세는 과정 외로움을 즐기는 무난한 이야기 조금 구겨진 딸기도 새콤하다 눈끝이 아리는 걸 잠시 뒤로 할 정도로 음악회를 여는 건 외로운 이들이 하는 일 도시에 자란 나뭇잎이 어떤 모습인지 적는 건 시인이 해석한 사전 속 보석 몇 개 사막을 오...
우리가 여기에 있으니 가능한 것들은 A4 크기 종이 1장을 다 채우고 넘어간다 매일마다 책 50쪽을 읽는다거나 반쯤 누운 잡초에 귀를 기울이는 그런 거 무너지는 것들을 지키는 건 어깨 통증을 동반한다 노동자에 사무직이 포함되는 걸 잊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판타지 세계와 일월오봉도를 그리는 건 손에 꼽는 여유인 이유가 뭘까 십장생도 속 바닷물과 거북이 백제...
봄에 어울리지 않는 모래 먼지는 알레르기 유발 벌처럼 윙윙대며 선풍기를 돌린다 아직은 울지 않는 유리딱새 인사하는 건 귀 기울일 줄 아는 감상 빗방울을 기다린 건 벚꽃과 매화 나뭇잎이 꽃가루를 이고 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전부 떨어져 내리고 싶어 하겠지 나는 사다리와 붓이 없으면 꽃가루를 이는 게 어려우니까 성운은 은하수를 덮어내는 안개 숲을 설계하는 가지와...
연꽃은 물결에 머리를 기댄다 진흙을 헤치고 올라온 달력 한 장 만큼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는 기분에 절벽에 매달려 기절한 풍란을 생각했다 나 오늘도 또 실수한 건가 그냥 연잎에 누워 빗물이 되고 싶어졌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하다 쏟아낸 건 진심 소심한 마음에 덧붙인 '미안해요'는 고민한 흔적 불편하지 않으면 하는데 애쓰지 않는 게 잘 안되네 늙은 ...
온점을 찍은 문장 옆에 새로운 시의 연을 적었다 9시가 넘은 밤이지만 머릿속에 단어들이 굴러다녀서 바다와 숲을 오가는 건 문장을 쌓아 올린 이야기 물결에 번지는 윤슬은 햇빛이 남긴 발자국 처음 시작한다면 그 정도만 신중해질게 그늘에 자란 이끼 위로 고양이가 걸어간다 제비꽃이 핀 공백은 미완성인 지도 월요일이 되면 몸을 일으켜 다시 밀린 편지를 읽으러 가는데...
무언가를 이어간다면 능소화를 흉내 낼래 줄기가 베이고 거친 땅에서도 덩굴로 엉켜 자라나니까 쉽고 간단하게 간다면 제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눈보라를 헤치며 걸어 나갈 때도 필요해 태양풍이 부딪혀 오로라가 되는 곳이 극 지대인 것처럼 마법을 동경한다면 음유시인이 읊는 떠돌이 민들레를 그린다 처음에는 어설프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가니까 덩쿨이 ...
일반인, 특이사항은 글을 쓴다는 것. 가능하면 매일 시 씁니다. 프사는 라무님 커미션. 썸네일 사진 대부분은 언스플래시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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