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어울리지 않는 모래 먼지는 알레르기 유발 벌처럼 윙윙대며 선풍기를 돌린다 아직은 울지 않는 유리딱새 인사하는 건 귀 기울일 줄 아는 감상 빗방울을 기다린 건 벚꽃과 매화 나뭇잎이 꽃가루를 이고 가는 게 불가능하다면 전부 떨어져 내리고 싶어 하겠지 나는 사다리와 붓이 없으면 꽃가루를 이는 게 어려우니까 성운은 은하수를 덮어내는 안개 숲을 설계하는 가지와...
연꽃은 물결에 머리를 기댄다 진흙을 헤치고 올라온 달력 한 장 만큼 갑자기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는 기분에 절벽에 매달려 기절한 풍란을 생각했다 나 오늘도 또 실수한 건가 그냥 연잎에 누워 빗물이 되고 싶어졌어 거리를 둬야 한다는 생각하다 쏟아낸 건 진심 소심한 마음에 덧붙인 '미안해요'는 고민한 흔적 불편하지 않으면 하는데 애쓰지 않는 게 잘 안되네 늙은 ...
온점을 찍은 문장 옆에 새로운 시의 연을 적었다 9시가 넘은 밤이지만 머릿속에 단어들이 굴러다녀서 바다와 숲을 오가는 건 문장을 쌓아 올린 이야기 물결에 번지는 윤슬은 햇빛이 남긴 발자국 처음 시작한다면 그 정도만 신중해질게 그늘에 자란 이끼 위로 고양이가 걸어간다 제비꽃이 핀 공백은 미완성인 지도 월요일이 되면 몸을 일으켜 다시 밀린 편지를 읽으러 가는데...
무언가를 이어간다면 능소화를 흉내 낼래 줄기가 베이고 거친 땅에서도 덩굴로 엉켜 자라나니까 쉽고 간단하게 간다면 제일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눈보라를 헤치며 걸어 나갈 때도 필요해 태양풍이 부딪혀 오로라가 되는 곳이 극 지대인 것처럼 마법을 동경한다면 음유시인이 읊는 떠돌이 민들레를 그린다 처음에는 어설프지만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를 펴고 날아가니까 덩쿨이 ...
모두가 알던 세계에 종말이 온지 3일이 지났다. 강당 천장 위에 달린 나무 장식들도 날이 갈수록 눈에 띄게 떨어져 내렸다. 나무가 꺾이는 소리는 크기를 떠나 매우 컸기에 이목을 끌기 쉬웠다. 그래서 강당에 있던 사람들은 제일 먼저 말없는 고깃덩이로 변했다. 하지만 그 시체 틈에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었다. 지윤의 죽음을 지켜본 시아였다. 학사모를 쓴 그의 시...
성격이 예민하면 나뭇잎이 굴러가는 소리만으로도 머리카락을 미는 게 어떤 바람인지 구분한다 관찰하는 걸로 승화한다면 머리를 때리는 통증은 덜하겠지만 지금 들리는 소리를 꽃마리나 희망으로 적는 건 아마 조금 더 책상에 앉아 펜을 돌려야 가능하겠지 조금 더 무던했다면 스트레스를 덜 받지 않을까 고민해 예민한 건 내 탓이 아닌데도 그러더라 뉴스에 나오는 이야기를 ...
누가 뭐라고 물어보든 신경 쓰지 않는 건 거짓말 그저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질문을 던질 뿐이야 나중에 뭐 할 거니 먹고는 살아야 하는데 취미는 조금 접어 둬 그런 흔한 질문에서 시작하고 지금 서랍에 담아 둔 손글씨는 어떤 이야기를 적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보고 영어 칼럼을 1시간 안에 요약한다거나 하는 거 버스를 타고 집과 서점을 오가거나 지하철에 ...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진 산과 푸른색이 가득 찬 숲에서 지렁이를 주워 그늘에 놓는 건 나름대로 유지하는 신념 산길을 따라 걸어도 정상에 오르기보다는 옆에 핀 변산바람꽃과 미선나무에 더 눈이 가 관찰하고 배울 수 있어서 저기 우는 상모솔새는 고집스럽게 가지를 엮고 나는 바위에 앉아 달력에 표시된 동그라미와 메모를 생각한다 방아깨비나 사마귀를 잡아 살리는 ...
사람 틈에 끼어들어 가는 걸 동경했어 나는 많이 느리고 재미없어서 싫다고 말할 용기를 내기보다 가짜 웃음으로라도 있고 싶었기에 식물사전을 펼쳐 본 꽃 이름이 철쭉인지 영산홍인지 기억하고 여행은 다른 곳으로 떠나 새로운 것을 담는 과정인 건 금방 이해하는데 아이섀도우 유행이나 틴트와 립스틱을 모르고 책을 좀 더 좋아할 뿐이라 기대서 계속 적었을 뿐이야 따지고...
공연장 천장에 달린 사각형 스크린에서 지지직거리며 문장들이 차오른다 계절을 거꾸로 따라가며 이야기를 쏟아내는 비는 희망이 펜촉을 누르며 그려낸 시어들이라 하며 종이 끝을 구겼지 침대 모서리에 걸린 인형과 쿠션은 진묘수 지켜야 하는 것은 바늘에 찔릴 때 쏟아낼 눈물 무너진 것들 사이로 날아가 버릴 거라 믿은 완벽한 초상화는 한 번도 그려지지 않은 명화 그래도...
달이 부서져 흐르던 날은 그믐 즈음 1시간마다 바뀌는 캔버스는 파스텔 톤 파랑이 메인 날실은 가시광선으로 수를 놓은 분홍색과 노란색 불꽃놀이는 AR을 사용할 때 가장 예쁘다 제비와 후투티, 물총새가 날아가면서 떨어지지 않아서 함께 사는 것은 날개를 펴는 걸 계속하는 과정 수증기가 투구꽃을 흉내 내며 별과 별 사이를 걷는다 실을 걸친 꽃잎과 물방울이 뭉쳐 소...
민주주의는 피로 쓰인다 오장육부를 토해낼 각오로 총과 정의봉 앞에 달려가고 얼굴에 수류탄이 박혀 바다에 떠오르는 것도 두려워 않는 용기 최루탄을 맞으면 술로 소독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속상했다 총에 맞지 않아 너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흑백 사진 속 이야기 첫 번째 민주주의 운동 다음 장이지만 끈질기게 얽혀 담쟁이 벽을 이루었다 끈끈이주걱은 살아남으...
일반인, 특이사항은 글을 쓴다는 것. 가능하면 매일 시 씁니다. 프사는 라무님 커미션. 썸네일 사진 대부분은 언스플래시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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